존재론과 인식론의 경계에서 바라본 한국문학 이론의 철학적 기반
한국문학 이론은 단순한 문학 해석을 넘어 철학적 성찰의 깊은 층위를 포함한다. 특히 존재론과 인식론이라는 철학의 양대 축은 한국문학의 사유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이 글에서는 한국문학 이론 속에 내재한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조명한다.
소제목 1. 한국문학 이론에서의 존재론: '존재'를 어떻게 말하는가
한국문학 이론을 존재론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문학 텍스트가 무엇을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며 세계를 구성하는가를 묻는 작업이다. 한국문학은 전통적으로 현실에 대한 깊은 감각과 공동체 중심의 서사를 통해 존재의 조건을 탐색해왔다. 이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나 인물 설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고전문학 속 등장인물들은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특정 시대와 공간의 '존재방식'을 드러내는 상징적 주체로 기능한다. 그들은 사회적 규범이나 윤리적 이상에 따라 위치가 부여되며, 이러한 구조는 인간 존재의 조건을 탐색하는 서사적 장치로 활용된다. 현대문학으로 넘어오면 존재론적 질문은 더욱 개인화되고 실존적 차원으로 전환된다. 20세기 이후 한국문학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사회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의미를 부여받는지에 대한 물음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경향은 박완서, 김승옥, 이청준 등의 작품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들의 소설은 단지 이야기의 연속이 아니라, 존재의 불안, 정체성의 혼란, 타자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긴장감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탐색한다. 이처럼 한국문학 이론에서 존재론은 문학을 단순히 삶을 모사한 것으로 보지 않고, 삶 자체를 구성하고 규정하는 실재적 방식으로 해석한다. 문학은 실재의 반영이 아니라, 실재를 구성하는 인식적, 언어적, 사회적 장치로 간주된다. 따라서 한국문학은 존재를 '이야기'를 통해 구성하고 재현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무엇으로 존재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유의 장이 된다.
소제목 2. 인식론적 시선으로 본 한국문학: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한국문학 이론에서 인식론은 문학이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즉 문학은 현실을 어떻게 재현하며, 그 재현은 독자의 인식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인식론은 단순히 '이야기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가 어떻게 구성되고 이해되는지, 다시 말해 문학이 지식을 생산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요구한다. 전통시가나 민담에서 보이듯, 한국문학은 오래전부터 특정한 인식 틀을 공유하는 공동체적 문화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설화의 반복구조나 판소리의 서사 방식은 단지 미학적 형식이 아니라, 당대 사회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인식 구조다. 현대문학에 이르면 이러한 인식의 구조는 보다 다층적이고 분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김수영의 시나 황석영의 소설처럼 현실과 개인의 경험 사이의 간극은 세계 인식의 불완전성과 주관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문학은 더 이상 객관적 진리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얽히는 다성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특히 문학 비평에서는 독자의 해석이 텍스트의 의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면서, 문학적 인식은 고정된 것이 아닌 끊임없는 재구성과 재해석의 과정으로 이해된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보면 문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특정한 시선과 담론에 의해 구성된 세계를 제시한다. 따라서 한국문학 이론에서 인식론은 문학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며, 우리에게 무엇을 '보도록 만드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중요한 철학적 축이 된다.
소제목 3. 존재와 인식의 경계에서: 한국문학 이론의 철학적 정체성
한국문학 이론은 존재론과 인식론이라는 두 철학적 지평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존재가 무엇인가를 묻는 동시에,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를 탐색하는 이중적 구조는 한국문학이 가지는 고유한 철학적 깊이를 형성한다. 이러한 복합적 사유는 문학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다층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최인훈의 『광장』은 존재론적으로는 주인공의 자아 정체성 탐색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인식론적으로는 그 자아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의 불완전성과 편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처럼 존재와 인식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 텍스트 안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며 독자에게 복합적인 사유를 요구한다. 또 다른 예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여성 주인공의 신체와 욕망은 존재론적 주제로 다뤄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시선과 독자의 해석은 인식론적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한국문학이 단순한 의미 전달의 장르가 아니라, 복합적인 철학적 사유의 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한국문학 이론은 존재를 사유하고, 동시에 그것을 아는 방식 자체를 반성함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고유한 방식을 제시한다. 특히 서구 이론에 비해 한국문학 이론은 보다 관계지향적이고 경험 중심적인 성격을 가지며, 이로 인해 철학적 사유와 문학적 상상력의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한국문학은 존재론과 인식론의 교차점을 통해 인간과 세계,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깊은 성찰의 장을 제공한다.
결론. 한국문학 이론의 철학적 토대가 오늘날 갖는 의미
한국문학 이론은 단지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기술적 틀에 그치지 않고, 존재와 인식이라는 철학적 물음을 통해 인간의 삶과 세계를 통찰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은 한국문학이 단순한 서사의 축적을 넘어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사유의 장으로 작동하게 한다. 존재론적 접근은 문학을 실재의 구성 방식으로 이해하게 하고, 인식론적 접근은 그 실재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인식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만든다. 이 두 가지 관점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문학을 단순한 언어 예술로 보지 않고, 삶과 세계를 성찰하는 철학적 활동으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의 복잡한 정체성과 인식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한국문학 이론의 사유 구조는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곧 존재를 마주하고, 그것을 아는 방식을 성찰하는 철학적 경험이 되며, 이는 한국문학이 세계 문학 속에서도 고유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