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은 어떻게 제도화되었는가: 문학 이론의 비판적 관점 탐색
한국문학은 단순한 창작의 결과물이 아닌 사회적 제도 속에서 형성되고 규정되어 왔다. 본 글에서는 한국문학 제도의 형성과정과 문학 이론이 그 제도에 어떻게 관여하고 반응해왔는지를 비판적 시각에서 고찰한다. 제도화 과정은 문학의 경계를 설정하고, 문학 담론의 위계를 형성하며, 결과적으로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은 그러한 복합적 구조를 분석하고 한국문학을 새롭게 읽는 시선을 제공한다.
1. 한국문학 제도의 기원과 형성과정
한국문학이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문학작품이 많이 생산되고 비평된 시점과는 다르다. 식민지 시기를 지나면서 문학은 민족 정체성을 표상하고 규정하는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했고, 해방 이후에는 국가주의적 이념과 교육 제도의 틀 속에서 제도화되었다. 문학은 교과서에 수록되고, 국립 문학관이 설립되며, 문학상이 제정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제도적 권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은 단지 문학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기능을 넘어서, 특정한 문학 양식을 중심으로 위계를 설정하고 다른 문학을 배제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제도화의 핵심은 문학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특정한 방향으로 제한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순수문학'이라는 개념은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제거하고 문학을 예술의 자율성이라는 이상 속에 가두는 방식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한국문학의 제도화는 단순한 행정적 구조의 수립이 아닌, 이데올로기적 방향 설정과 문학적 규범의 형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과정이었다.
2. 문학 이론은 어떻게 제도를 정당화했는가
문학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그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당화의 중심에는 문학 이론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서구 이론의 수입과 함께 문학을 학문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문학은 텍스트 중심의 분석 대상이 되었고, 이를 통해 문학은 '학문화'되었다. 이러한 이론적 정당화는 문학이 사회적 논쟁보다는 형식적 완성도나 서사 구조의 정밀함 등으로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어떤 문학은 ‘비문학적’으로 낙인찍히고, 문학적 기준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령 여성 서사, 노동 문학, 탈식민적 관점을 지닌 문학들은 중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배치되며 주변화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비평의 문제를 넘어서, 문학 제도 전체가 특정한 이론 틀 속에서만 작동하도록 설정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문학 이론은 문학의 다양성을 포용하기보다는 기존 제도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3. 비판적 시각에서 본 한국문학의 제도적 한계
문학의 제도화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며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그것이 문학 본연의 생명력을 제한하는 구조로 고착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한국문학은 국가 중심의 서사, 남성 중심의 영웅 서사, 전통적 미학 중심의 평가 기준 속에 갇혀 있었다. 이는 여성의 서사, 소수자의 언어, 지역적 삶의 이야기를 배제하거나 축소시키는 구조로 작동했다.
비판적 문학 이론은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문학이 본질적으로 권력 구조와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예컨대 푸코의 권력 개념이나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 개념을 통해 문학 제도는 단지 문화를 유통하는 장이 아니라, 권력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한국문학은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배제와 차별, 그리고 특정한 권력 중심의 미학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4. 결론: 문학을 제도 밖에서 상상하기
문학은 제도 속에 있을 때 보호받지만, 동시에 길들여진다. 한국문학의 역사는 제도화를 통해 외형적 안정과 위상을 얻는 동시에 그 본연의 문제 제기 기능을 상실해 왔다. 제도는 문학의 형태를 정하고, 어떤 문학이 '문학다운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을 마련하지만, 그것이 고정되는 순간 문학은 살아있는 언어의 힘을 잃는다.
문학을 제도 밖에서 상상한다는 것은 단순히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유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여성문학, 퀴어문학, 디아스포라 문학, 지방문학 등은 기존 제도의 틀을 벗어난 시도를 통해 문학의 경계를 확장시켜 왔다. 이런 움직임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통해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간다. 우리가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 제도의 존속이 아니라, 새로운 문학적 시선을 허용하는 유연한 담론의 장이며,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